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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싶은 염원의 그림 장생도를 바라보기

by 아이와그림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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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를 상징하는 물생들을 그려 넣은 장생도

민화에서는 나무, 돌, 산, 물, 꽃 등이 소재의 기본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소재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장수와 관련된 것들이다. 장생도는 장수를 상징하는 물상들을 그려 오래 살기를 염원하는 그림으로, 장생도의 대표적인 그림으로는 십장생도를 꼽을 수 있다.
십장생에 포함되는 소재들이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그림이 노송도와 괴석도이다. 바위나 수석을 소재로 한 그림에는 송수 천년을 의미하는 노송, 군자만년을 뜻하는 죽지도, 석수 장생을 의미하는 괴석도 등이 있고, 나무나 괴석을 각각의 소재로 한 그림도 많다. 또 한 화면에 함께 배치하여 서로 보강함으로써 화의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낸 그림들도 있다.
소나무는 절개의 상징일 뿐 아니라 십장생의 하나로 불로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낙엽에서 죽음이 암시되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소나무는 송수 천년이라 하여 장수를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회갑연이나 회혼례 등에 많이 그렸다. 또 소나무는 정월, 새해 등을 뜻하기도 하여 세화로도 많이 그렸다.
수석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며, 정령신앙의 대상으로 민간에서 신성시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화에 그려지는 바위와 돌 역시 단순히 돌이라는 정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돌이나 바위가 지닌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관심 있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민간신앙의 측면에서 볼 때 돌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김새에 따라 의미와 이름이 붙게 되는데, 가령 촛대처럼 생겼으면 촛대바위, 거북처럼 생겼으면 거북바위, 용의 머리처럼 생겼으면 용두암이라 명명한다. 또 남근을 연상시키는 모양을 가진 바위에는 남성 생식기를 일컫는 이름이 붙게 되는데, 이 경우는 그 바위가 아이를 갖게 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져 특히 득남을 기원하는 대상이 된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나름대로 설화와 전설을 지니고 남아 있는 칠성바위, 미륵바위, 선바위, 용알 바위, 장수바위 등 많은 바위가 있다. 거기에 얽힌 전설과 상징성으로 인해 신성시되고 영험이 있다고 믿어 치성을 드리는 대상이 되기도 하며 또 부정 타면 재해를 입는다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십장생도와 노송도, 괴석도를 알아보자

십장생도의 십장생은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상징인 열 가지 사물을 말하는데, 실제로는 해, 달, 구름,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천도 등 열 가지 이상의 사물이 십장생에 해당한다. 옛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문, 그림, 조각 등에 많이 이용하였고, 민화에서도 이들 장생물을 한 화면에 배치해 장생도라 이름 붙이고 세화로 그리기도 하고 회갑 잔치를 장식하는 수연병풍으로 쓰기도 했다.
특히 열 가지 장생물을 모두 그린 십장생도는 회갑 잔치 등 주로 큰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키가 큰 병풍으로 꾸며졌으며, 세밀하게 묘사하고 진채로 화려하게 채색하여 품격이 높은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나무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근감을 주면서 안정감이 있고 편안한 것이 소나무인데 특히 노송은 신뢰감을 준다. 중국 동진 때 곽복이 지은 박물지 '산해경'을 내용으로 그린 지도 중에 천하도가 있다. 천하도에는 그 높이가 하늘에 닿는다는 전설적인 산인 곤륜산을 중심으로 사방을 둥글게 그리고, 동서남북의 극에는 우주산을 그리고, 우주산 상봉에는 지도의 각 방향에 맞도록 각각 우주목을 그려놓았다. 북쪽에는 천리 반목, 동쪽에는 일월상, 서쪽에는 일월 입 반격 송이라 적어놓고 있다.

옛사람들은 해와 달은 동쪽의 뽕나무에서 뜨고 서쪽의 소나무 속으로 넘어간다고 믿었다. 여기에서 뽕나무나 소나무를 신수로 여겼음을 알 수 있는데, 이들 나무가 농경민족의 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음양오행에서 볼 때 목성인 동시에 서쪽을 상징하는데, 한편으로는 영원한 생명을 가진 것으로 여겨 송수 천년이라 하기도 한다.
민화에 그려진 노송은 장생을 상징하는데, 그 배경에 구름이나 해가 많고 소나무 아래에는 학이나 사슴, 불로초, 괴석 등 다른 장생물들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송에 학이나 사슴을 함께 배치하여 그린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에는 노송의 가지가 춤을 추는 듯 비스듬히 늘어진 모양이 용이나 학의 형상을 그린 듯한 멋을 풍기는 소나무도 많이 보인다.
소나무가 사시사철 푸른빛을 간직하는 특성을 통해 절개나 지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그림이나 시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예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다. 논어의 자한 편에는 날씨가 추워진 겨울에 소나무와 잣나무, 즉 송백의 푸른빛이 오히려 빛난다는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잎이 시드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사철 내내 변함없는 푸른빛을 간직하는 송백은 흔들리지 않는 삶의 절개나 지조를 상징한다. 따라서 시문이나 그림에서는 은유적인 표현을 위해 송백이 자주 등장했다.
바위는 십장생의 하나로 영원불멸을 상징한다. 또 말없이 의연한 자태는 군자의 풍모를 상징하기도 한다. 수천 년의 비바람 속에서도 변치 않는 모습과 수려하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만들어진 섬세한 부분 부분의 모습은 선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민화에 보이는 바위의 모습은 밋밋하거나 단순한 것보다는 생김새 마 다모 양을 내서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때로는 어떤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연상할 수 있게끔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특히 호랑이의 모습을 가진 호석 화가 많다. 간혹 어떤 작품에서는 여성의 골반이나 남근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함께 그려 음양 화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괴석도 역시 노송도의 경우와 같이 바위만 단독으로 그린 것보다 여러 가지 식물이나 동물과 함께 그린 것이 많은데, 선비들이 애호하는 매난국죽의 사군자와 함께 그린 바위는 꺾이거나 비틀어지지 않도록 표현해 유유자적하는 군자의 넉넉함에 비유하기도 했다.
괴석도 중에서도 소나무와 돌을 함께 그린 수석도는 산수화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민화뿐 아니라 문인화에서도 즐겨 그렸던 화제이다. 소나무의 변치 않는 푸르름과 온갖 풍파 속에서도 변함없는 돌과 바위의 꿋꿋함으로 인해 수석도는 충절과 지조를 지키는 곧은 선비에 종종 비유된다.
민화의 수석도에 나타나는 소나무는 곧게 뻗은 것보다는 비스듬히 뒤틀린 형태의 노송이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으로 많이 그린다. 많은 나무들 가운데 유독 소나무만이 그림의 소재로 빈번히 등장했던 이유는 어디서나 쉽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겠으나, 그보다는 항상 푸르른 잎을 지니고 장생하는 생태적 특징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괴석을 그려보지 않은 조선 시대 화가는 없다."라고 할 만큼 괴석은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특히 평생을 괴석만 그렸다는 정학교(1832~1914)의 괴석도는 그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위로받고 힘을 받을 수 있게 필요한 그림이 장생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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