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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의 산수화

by 아이와그림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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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친구로 살아갈 것을 권유하는 그림

산수화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친화력이나 자연 회귀의 소망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태어나고 자연 속으로 스러져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하고 자연의 친구로 살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는 그림이다.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인의 생활에서 자연은 우주 만물의 근원적 질서를 나타낸다. 특히 자연에 대한 정령숭배 사상이 발달했던 동양에서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산을 숭배하고 신성시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화에서 산수화는 큰 의미를 지닌다.

동양에서 산은 무조건 높다고 해서 성스러운 산으로 대접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산세나 위치, 그 산에 깃든 역사?전설 등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중국에서는 높이가 하늘에 이르고 감로수가 흐르는 아름다운 신선경으로, 서왕모가 사는 곳이라는 전설을 지닌 곤륜산을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로 여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쪽의 금강산, 서쪽의 묘향산, 남쪽의 지리산, 북쪽의 백두산과 서울이 위치한 중앙의 삼각산 등 다섯 개의 산을 경관이 아름답고 신성한 산이라 하여 오대산이라 부르며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고, 민족의 상징물로 신성시하여 설화나 그림으로 많이 묘사해왔다.

소상팔경도는 중국 호남성의 유명한 명소인 소상, 즉 소수와 상수가 합쳐지는 동정호 주변의 여덟 가지 경치를 그린 것으로, 실제 소상팔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다. 금강산도나 관동팔경도와 마찬가지로 실경을 무시한 직관적인 묘사법이다.

우리나라 산수화의 뿌리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5세기경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에 나타난 산과 나무의 모습은 매우 평면적이며 형식화되어 있다. 6세기경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에 나타나는 산은 비록 상징적인 산이지만 동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부여에서 출토된 백제의 산수 문전에는 도식화된 물과 하늘, 구름이 있고, 산과 바위는 모두 간단한 선묘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수화가 본격적으로 전하게 된 것은 중국송 원의 화풍이 전해진 이후라고 보며 이곽파화풍, 남송 원체 화풍, 미 법산 수화풍, 절파 화풍 등 여러 화풍이 도입된 이후 점차 한국적인 특색의 독특한 화풍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산수화가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었던 시기는 조선 시대였다. 정선(鄭, 1676~1759), 김홍도(金弘道,1745~?), 김득신(金得臣, 1754~1822) 등 많은 화가들이 진경산수화라는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켜, 기존의 중국적인 화풍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산수화를 개척했다. 특히 18세기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정선의 활동은 매우 주목할 만한데, 진경산수화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매우 개성적으로 특색 있게 묘사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화풍이다.

민화에서 산수화가 발전한 것도 진경산수화 발전의 흐름과 관련이 많다. 진경산수화의 광범위한 확산과 더불어 민화의 산수화도 발전하고 확산하였다고 보는 것이 요즘 학자들 주장이다. 일반 회화가 지나치게 실경을 강조한 데 반하여 민화의 산수화는 풍경의 사실성보다는 풍경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훨씬 강조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보면 표현기법의 특성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내용에 좀 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나 삶 속에서 소박하게 품고 사는 서민들의 간절한 꿈이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산수화에는 대개 도식화된 구름과 나무, 폭포, 강, 그리고 정자, 배, 어부, 물고기 등을 함께 그린다. 대개 산보다 폭포를 더 크게 그리는 등 원근법이 완전히 무시되며 집이나 동물이 주제가 된다. 이상화된 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정통 산수화와 달리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토대로 하여 그들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염원을 자유분방하게 담고 있다. 이런 것이 곧 민화 산수화의 특징이다.

민화 산수화에는 금강산, 관동팔경, 고산구곡, 화양구곡, 제주도 등 우리 산천을 소재로 다룬 것과 무이구곡, 소상팔경과 같이 중국 산수를 다룬 것이 있다. 병풍으로 꾸며서 객실이나 사랑방용으로 사용한 산수화 중에는 중국의 무이구곡이나 소상팔경을 그린 작품이 많은데, 전통적인 산수화 기법인 수묵화 흉내를 낸 경우도 있다. 산수화 가운데 민화적인 독특한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것으로는 금강산도, 관동팔경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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