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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채소와 과일 그림 소과도

by 아이와그림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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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과도는 채소와 과일을 주소재로 한 그림

소과도란 채소와 과일을 주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민화의 소과도뿐 아니라 다른 그림의 소재들이 상징하고 있는 의미나 표현법을 보면, 우리 민족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구복과 잡귀와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삶의 어느 한 곳이라 할 것 없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화는 회화적인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민화에 이처럼 상징성이 부여된 만큼 민화의 올바른 감상법은 그려진 대상이 상징하는 것과 내용이나 발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화의를 파악해서 음미하며 읽어내는 것이다.

불로장생 자손 번창과 부귀영화를 원하는 간절한 소망의 상징물로 채소와 풍성한 과일 등을 많이 그렸다. 과실류 중에는 동양의 전통사상인 음양 사상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어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경우가 있으며, 불교나 도교 사상을 나타내는 종교적인 것도 있고 혹은 설화나 전설의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민화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소과로는 석류, 천도복숭아, 유자, 수박, 참외, 무, 배추, 호박, 가지, 포도, 불수과, 비파, 밤, 배, 감, 치자 등이 있다. 가지, 고추, 죽순, 석류 등은 남성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여성을 상징하는 것으로는 천도복숭아, 수박, 참외, 불수과, 불로초 등이 있다.

무속화나 산신도를 보면 남성의 상징물로 죽순이나 가지를 접시에 받쳐 든 동자가 산신의 뒤를 따라 나오는 경우가 있으며, 여성의 성징이기도 한 유방은 탐스러운 모양의 천도복숭아나 석류, 수박 등으로 표현되었고, 불수감이나 불로초 등으로 여성의 생식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민화에서 꽃과 새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데 비해, 열매와 씨앗은 자손의 번창 또는 행운과 부를 상징한다. 민화 속의 과일은 덩굴이나 가지에 매달리게 그리며, 많은 씨앗이 화면에 드러나게 그린다. 열매가 덩굴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자손이 덩굴처럼 이어져서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씨앗은 많은 자손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과피가 벌어진 모습이나 의도적으로 일부분을 칼로 잘라 속이 들여다보이는 모습으로 그렸다.

씨앗을 통해 은유적으로 자손의 번창을 염원하는 그림의 소재로는 많은 씨앗을 가진 석류가 자주 선택되었다. 석류 외에도 수박이나 참외, 오이, 가지와 같이 많은 씨를 가진 것들이 그림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슴도치가 수박 서리를 하는 익살스러운 그림도 있다. 고슴도치가 수박밭에 가서 덩굴에 달린 수박을 갉아먹거나 오이를 몸으로 굴려 가며 훔쳐 가는 그림인데, 고슴도치가 갉아놓은 껍질 속으로 수박의 빨간 과육에 빼곡히 박혀 있는 검은 씨는 바로 자손을 뜻하는 것이다. 각박한 삶, 윤리와 도덕에 얽매이며 살았지만 천생으로 타고난 낙천적인 기질과 여유로운 해학과 웃음을 보여주는 우리 선인들의 일면이다.

과일들이 상징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수박은 수복과 발음이 비슷하다 하여 장수와 복을 상징하고, 불수감 열매는 부처님이 합장한 손 같기도 하고 박쥐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박쥐 복자와 같은 독음을 따서 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모든 액운과 잡귀들을 박 속에 가둘 수 있다고 믿는 속신이 있어 조롱박을 여자아이의 치마끈에 매달아 차게 했다가 섣달 그믐날 불에 태우는 소박한 벽사의 습속도 있었다. 그래서 조롱박은 액운을 물리치고 병을 고치는 것으로 상징된다.

감은 다른 과일과는 달리 풋것일 때나 익어갈 때나 속과 겉이 변함없이 같은 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의의 징표로 삼는다. 그래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선물로 곧잘 쓰이는 과실이다.

배는 과일 속의 응어리에 씨가 촘촘히 박힌 것으로 해석하여 일가친척의 단결을 뜻하기 때문에 단결, 다정의 뜻을 지니고 있다.

비파는 비파 모양의 암록색 잎에 노란 열매가 달리는 색상의 대비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생태적인 특이성으로 인해 민화의 중요한 소재로 채택되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봄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비파는 가을에 꽃봉오리를 맺어 겨울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를 맺어 여름에 익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이른바 사시지기(봄의 따뜻한 기운, 여름의 뜨거운 기운, 가을의 서늘한 기운, 겨울의 찬 기운 등 사계절의 기운)를 한 몸에 지닌 상서로운 나무로 여겨졌다. 이처럼 어떤 계절에도 기운생동하는 사시지기를 뜻하기 때문에 음양오행을 고루 갖춘 나무라는 뜻에서도 민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알밤은 자식을 잘 기르는 모성애를, 대추는 단단하게 여문 씨앗이 건강한 자손을 상징한다 하여 결혼한 신혼부부의 첫날밤 주안상에 놓았다.

석류도는 씨앗이 백 개가 있어 백자류라고 부르는 석류는 다자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아니더라도 농경 문화권에서 자식이 많다는 것은 부를 늘리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아들을 많이 두는 일은 기쁘고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모두들 아들을 많이 두길 원했고 그 염원 또한 절실했다.

석류의 붉은 꽃은 잡귀를 물리친다고 여겨졌을 뿐 아니라, 꽃봉오리는 사내아이의 성기를, 열매는 남성의 음낭을 닮았으며, 그 안에 보석 같은 많은 씨앗이 소복이 담겨 있어 아들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겼다.

석류 그림은 병풍으로 꾸며서 새신부의 방에 치거나 다락문에 붙이기도 하고, 젊은 며느리의 눈에 잘 뜨이는 화초장에 그려서 치장하기도 했다. 서재를 그린 서가도에서도 반드시 석류 열매 두 개를 쌍으로 탐스럽게 그려 넣었다. 그뿐 아니라 부녀자들의 손길이 잘 닿는 장독대 옆에다 직접 심기도 했다. 석류는 원래 추위에 약한 식물이라서 우리나라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않았으나 화분에 심어 가꿀 정도로 관심을 두고 사랑하는 꽃이고 열매였다. 석류는 사금 대라고도 불리는데, 유자, 포도, 밀감과 같이 '아들을 담아온다'는 뜻만이 아니라 '돈을 담아온다'는 관념을 담고 있는 과실로 복을 부르는 것으로 여겨졌다.

선도도는 선도는 하늘나라에만 있다고 전하는 천도복숭아라고도 하는 것으로,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신비의 과실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회갑잔치에 가서 "여기 있는 아들 5형제는 모두가 도둑이 고나, 하늘나라 천도복숭아를 훔쳐다가 부모님을 보양해서 이렇게 장수하고 건강하다.라고 읊은 일화가 있다. 파란색이 변하지 않은 채로 익어가는 특성 때문에 벽도라고도 한다.

천도는 3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다시 3천 년 만에 열매가 열리며 다시 3천 년 만에 익어 결국 9천 년이 걸려야 먹을 수 있다. 천도는 서왕모의 궁궐에서만 자라는데,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알맞게 익은 것을 서왕모에게서 얻어먹어야 된다는 전설도 있다. 중국의 전설에 따르면 익기도 어렵고 또 구하기도 어려운 천도를 신선도 아닌 동방삭이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고도 한다.

민화 속의 복숭아는 분홍빛이 감도는 유백색의 탐스러운 모양에 끝부분을 젖꼭지와 같이 그리고 붉은색으로 채색하여 마치 젖먹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유방을 연상하게 한다. 석류도 복숭아와 마찬가지로 유방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복숭아나 석류가 이렇게 그려졌던 이유는 성적인 상징성보다는 자손과 관련된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도교에서는 복숭아를 장수와 육아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데, 인간의 삶과 죽음을 마음대로 한다는 수성 노인이 하늘에서 구해온 천도복숭아를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을 수의 상징으로 삼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반면 유교에서는 복숭아 모양새가 스님의 박박 깎은 머리를 닮았다는점과 여자의 벗은 엉덩이 모양 같다고 해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무속에서도 복숭아는 양의 정으로 이해했는데, 복숭아꽃이 이른 봄 잎이 피기 전에 피어나는 것은 양기가 왕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이나 무속의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은 음인 귀신이 복숭아의 양기로 인해 도망치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고 가던 물동이에 복숭아가 떨어지는 꿈이나 치마폭에 복숭아를 받는 꿈은 귀한 아들을 얻을 길한 태몽으로 여겼다. 여기에서도 우리 민속이 가진 복합성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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